뇌의 오작동

직장인의 주인의식

밀리Milli 2023. 2. 2. 00:34

나는 직장인이다.

구식 교육의 폐해로, 좋은 회사에 들어가서 오랫동안 별 탈 없이 근무하는 게 최고인 줄로만 안 직장인이다.(바보)

 

직장인으로서 첫 몇 년간은 열정에 넘치는 신입 사원이었다. 

나의 첫 직장은 소수의 실력 있는 업계 베테랑들로 이루어진 작은 팀이었고 나는 운 좋게 그곳에 끼게 된 대학 졸업도 하지 않는 초짜 멤버였다. 소수의 젊은 팀원들이 모여 복작복작 팀을 키워나가는 분위기에 나 또한 최선을 다해 임했고 연봉이라던가 그런 것은 부가적인 것으로 내가 하는 만큼 당연히 따라오는 것이라고 생각했다.(바보 2)

 

회사는 점점 커져서 어느 순간 상장을 하게 되었고 회사 지분을 가지고 있던 팀장급 사람들은 그날을 기점으로 매 달 새 차를 뽑아 출근하는 다른 레벨의 인생을 살게 된다. 한 때 야근을 하며 함께 편의점 라면을 끓여 먹던 팀원들의 인생이 회사 지분이 있느냐 없느냐로 갈리는 순간이었다. 물론 왕초짜 멤버로 연봉 순위 또한 뒤에서 세는 것이 빨랐던 나는 이 시점에서 뭔가를 깨달았어야 하는데, 결국 한다는 짓은 더 나은 회사로의 이직이었다. (바보 3)

 

이런저런 일련의 일들과 야근으로 찌든 나에게 회사란 열과 성의를 다해 함께 키워나가는 곳에서 단순히 내 시간과 돈을 맞바꾸는 곳이 돼버렸다. 시키는 일만 적당히 하고 그 이상은 생각하지 않았다. 

어차피 회사가 잘 돼도 나에게 돌아오는 보상은 따박 따박 들어오는 월급뿐 아닌가. 

 

 

 

살면서 한 번쯤 큰돈도 벌어보고 싶은데 월급으로는 집 사기도 힘들다는 것을 깨달을 때쯤(바보 4) 헐레벌떡 주식이나 저자본 사업 따위를 찾아보기 시작했고 타이밍 좋게 한국에 잠깐 놀러 와서 사업하는 친구들과 이야기할 기회도 생겼다. 

 

나도 사업이 하고 싶다고 운을 떼었다. 이구동성으로 하지 말라고 한다. 

큰 성공이 아니면 생각만큼 돈을 잘 벌지도 못하고 책임감과 부담감, 리스크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23개월 난 딸을 키우고 있는 친구가 비유하길 사업이란 딸 키우는 것, 엄마가 되는 것과 같다고 한다.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기 까진 만사를 제쳐두고 케어해 줘야 하는 것. 그리고 지속적으로 올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끊임없이 인도해줘야 하는 것. 

나처럼 월급 따박 따박 받으면서 스트레스 적게(?) 받고 사는 게 훨씬 속 편하다고 한다. 스트레스의 강도는 사람마다 차이게 있겠지만 확실히 내 할 일만 하면서 받는 스트레스보다 뭐 하나 꼬여서 다음 달 직원 월급 못줄까 봐 똥줄 타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책임감이겠지. 

 

일단 올해하고 있는 두 가지 프로젝트를 확실하게 끝내놓고 나면 다시는 서브 아티스트로는 일하지 않겠다는 것이 목표이다. 메인 아티스트로 성장을 하든 아예 다른 사업에 도전을 하든, 무엇을 하든 간에 피드백받는 입장보다는 주는 입장으로 가본다는 것이 첫 번째 스텝이다. 그것을 위해서는 어찌 되었든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주인도 아닌데 주인처럼 일을 해야 하겠다. 

 

과연 이제 옳은 결정인지는 잘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