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원화가 혹은 컨셉 아티스트(Concept Artist)라고 불리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프로로써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스스로 그림쟁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당연하지만 그림 그리는 것이 재밌었고, 못 그려서 그랬지 무엇을 그리고 싶은지도 나름 뚜렷했다. 십 년 정도 전문가로서 일을 한 지금은 안타깝게도 더 이상 그림 그리는 것에 재미를 못 느끼고, 더 어이가 없는 것은 무엇을 그리고 싶은지도 잘 모르겠고 어떤 디자인이, 어떤 그림이 좋은 것인지도 잘 모르게 돼버렸다. 왜 그런지 생각해봤는데, 아트 디렉터가 아닌 이상, 내 직업이 남을 위해 그림을 그려주는 것이라는 점이 가장 크다. 남의 프로젝트에, 남이 짠 스토리와 컨셉에 맞는 디자인을 해서, 남한테 좋은지 안 좋은지 피드백과 컨펌을 받는 직업인 것..